여자친구: 소원, 예린, 은하, 유쥬, 신비, 엄지
‘유리구슬’로 시작된 빛나는 여정
2015년 1월 16일, 대한민국 가요계에 새로운 별이 떴다. 여섯 명의 소녀가 “유리구슬”이라는 곡으로 데뷔했다. 이름은 ‘여자친구(GFRIEND)’. 당시 대형 기획사 소속이 아닌 신생 기획사였기에 사람들의 기대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데뷔 무대에서 보여준 칼군무, 순수하면서도 단단한 눈빛, 그리고 노래에 담긴 감정선은 많은 이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그 중심에는 세 멤버가 있었다. 은하, 신비, 그리고 엄지. 은하는 보컬의 중심을, 신비는 퍼포먼스의 정점을, 엄지는 막내로서의 순수함과 성장을 책임졌다. 이들은 음악방송 무대에서 넘어지면서도 끝까지 춤을 이어간 ‘무대 사고 전설’로 유명해지며, ‘포기하지 않는 아이돌’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눈이 내리는 가운데, 무릎이 까지고 손이 얼어도 웃으며 무대를 마치는 모습은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후 '시간을 달려서', '오늘부터 우리는', '귀를 기울이면' 등 히트곡을 연이어 발표하며 여자친구는 음원 강자로 자리 잡았다. 사랑스러움과 아련함, 동시에 힘 있는 메시지를 담아낸 이들의 음악은 수많은 청춘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안겼다. 그 시절, 이들의 꿈은 단단해 보였고, 무너질 리 없어 보였다. (누구보다 열심히 하던 그녀들 너무 마음이 아프다..)
갑작스러운 해체, 그리고 찢긴 여섯 마음
2021년 5월, 팬들과 멤버 모두가 예상하지 못한 소식이 전해졌다. 여자친구의 해체. 소속사 측은 계약 만료를 이유로 들었지만, 그 과정은 충분한 설명 없이 갑작스럽게 이루어졌고, 멤버들은 물론 팬들까지 충격에 빠졌다. 특히 데뷔 후 단 한 번도 큰 논란 없이 꾸준히 성장해 오던 그룹이었기에 해체는 더더욱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었다.
신비, 은하, 엄지는 해체 소식을 들은 뒤 며칠 동안 말을 잃었다고 했다. 멤버들이 각자의 SNS에 남긴 손 편지는 눈물로 번졌고, 팬들은 함께 울었다. “갑자기 끝이라니, 우리는 아직 준비되지 않았어요.” 그 말은 이별이 아닌, 상처였다. 연습생 시절부터 함께 했던 시간, 무대 위에서 손을 잡고 눈을 마주쳤던 순간들, 그것들이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그러나 이들은 주저앉지 않았다. 해체 6개월 후, 세 사람은 새로운 이름을 얻었다. 바로 ‘VIVIZ’. 여자친구의 기억을 품고, 다시 시작하는 3인조 걸그룹이었다. 많은 이들은 걱정했다. 과거의 명성을 따라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세 명만으로 무대가 채워질 수 있을지 의문을 품었다. 하지만 이들은 증명해 냈다. 우리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우리는 여전히 노래할 수 있다고.
VIVIZ, 다시 시작된 여정 위의 용기
비비지: 은하, 신비, 엄지
2022년 2월, VIVIZ는 첫 앨범 ‘Beam of Prism’을 발매하며 정식으로 데뷔했다. 타이틀곡 ‘BOP BOP!’은 경쾌하면서도 세련된 사운드로 많은 이들의 시선을 끌었고, 이들은 다시 음악방송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의미 있는 것은, 세 사람이 다시 무대 위에서 손을 잡았다는 사실이었다.
은하는 말했다. “다시 시작하는 것이 두렵기도 했지만, 함께여서 버틸 수 있었어요.” 신비는 “우리는 끝이 아니라 쉼표였어요”라고 전했고, 엄지는 “이번에는 우리 스스로를 위해 노래해보고 싶었어요”라며 성숙한 시선을 보였다. 여자친구 시절엔 소속사와 시스템에 의존했던 부분이 많았지만, VIVIZ에서는 모든 것을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졌다. 그것은 더 어려웠지만, 더 자유롭고 더 진심이었다.
특히 신비는 연습생 시절부터 겪어온 체력 문제와 안무 부담을 견디며도 결코 무대를 포기하지 않았다. 은하는 성대 결절을 겪은 뒤에도 끝까지 자신의 목소리를 지켰고, 엄지는 막내임에도 가장 묵직한 존재감으로 팀의 중심을 잡았다. 세 사람은 과거의 영광에 의존하지 않고, 오직 지금의 실력과 진심으로 팬들과 마주했다.
우리가 다시 만나야 했던 이유
VIVIZ는 단순한 유닛 그룹이 아니다. 그것은 상실 속에서 피어난 희망의 이름이다. 여자친구가 남긴 수많은 무대와 노래들, 그리고 팬들과의 기억을 완전히 덮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가는 이들의 행보는 진짜 ‘재탄생’의 의미를 보여준다. 팬들은 그들의 새로운 곡을 듣고, 무대를 보고, “우리는 여전히 함께야”라고 느낀다.
이들이 걸어온 길은 화려하지 않았지만 진실했다. 끝이 아닌 변화였고, 절망이 아닌 전환이었다. 세 사람은 여자친구였고, 지금은 VIVIZ이고, 앞으로 또 다른 이름일 수도 있지만, 그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그들은 늘 노래하고, 춤추고, 무대 위에서 빛나고 싶어 하는 ‘예술가’다.
그리고 우리에게 알려준다. “무언가가 끝났다고 느껴질 때, 그건 다시 시작할 시간일 수도 있어요.” 그 진심을 알기에, 우리는 그들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 이름이 무엇이든, 그들이 어디에 있든. 그들의 노래는 끝나지 않았고, 여전히 우리의 마음을 두드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