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리 루소 Henri Rousseau (1844.5.21 ~ 1910.9.2)
앙리 루소는 프랑스 낭트에서 태어난 독학 화가로, 미술 교육을 정식으로 받은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20세기 미술사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 인물이다.
그는 흔히 ‘세관원 화가’라는 별칭으로 불리는데, 실제로 파리에서 세관 사무원으로 일하면서 틈틈이 그림을 그렸기 때문이다. 루소는 생전에는 아마추어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조롱과 비웃음을 당했으나, 사후에는 원시적 순수함과 독창적 표현으로 인정받으며 현대 미술에 깊은 영향을 남겼다.
가난한 출발과 생활
루소는 목수였던 아버지 밑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가난 속에 자랐다. 그는 법률 사무소 사환, 군 복무 등을 거치며 생계를 유지했는데, 특별한 예술 교육을 받은 흔적은 전혀 없었다.
1868년 그는 파리 세관에 취직하여 안정적인 수입을 얻게 되었고, 이 일은 그의 별명이자 정체성을 형성하였다. 그는 낮에는 세관에서 일하고, 저녁에는 캔버스 앞에서 그림을 그리는 삶을 반복하였다.
주변 사람들은 세관원이 그림을 그린다는 사실을 우스꽝스럽게 여겼다. 화단의 평론가들은 그의 그림을 “아이들 낙서와 다를 바 없다”라고 혹평하였고, 그가 그림을 출품할 때마다 조롱 섞인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루소는 이에 굴하지 않고 꾸준히 붓을 들었다. 그는 스스로의 세계를 믿었고, 언젠가 인정받으리라는 확신을 버리지 않았다.
상상을 표현하는 아름다운 그림
루소의 작품은 원근법이나 해부학적 지식이 부족하여 어딘가 어색하고 비현실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바로 그 단순하고 꾸밈없는 표현이 주는 힘이 있었다. 그는 자신이 가본 적 없는 밀림을 그렸는데, 실제로는 파리 식물원에서 본 식물과 동물들을 기억 속에서 조합하여 캔버스에 옮겼던 것이다.
그의 대표작 꿈 이나 잠자는 집시는 환상이 뒤섞인 신비한 세계를 보여주었다.
루소는 자주 “나는 위대한 화가가 될 것이다”라고 말하곤 했다. 많은 이들이 비웃었지만, 그 확신만큼은 흔들리지 않았다. 이러한 그의 태도는 비록 무지와 서투름 속에서도 스스로의 비전을 향해 나아가는 인간의 강인한 믿음을 잘 보여준다.
루소가 생전에 큰 조롱을 받으면서도 꿋꿋하게 그림을 그린 일화 중 가장 유명한 사건은 1886년 ‘앙데팡당전’(독립 미술전)에 처음 그림을 출품했을 때였다.
그의 작품은 형편없는 솜씨라는 조롱을 받으며 관객들에게 웃음거리가 되었지만, 루소는 개의치 않고 전시장을 서성이며 당당히 자신의 작품 앞에 섰다. 누군가가 “이게 예술이라고 생각하시오?”라고 물었을 때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예, 나는 언젠가 위대한 화가로 인정받을 것입니다.”
그의 이 짧은 대답은 비웃음을 받았지만, 동시에 그의 삶을 대변하는 신념의 선언이었다. 실제로 수십 년이 지난 뒤, 피카소와 같은 거장들이 루소의 작품에서 독창성을 발견하고 경의를 표하면서, 그 예언은 현실이 되었다.
예술가들과의 교류
루소는 화단에서는 끝내 인정을 받지 못했지만, 젊은 예술가들과는 특별한 교류를 맺었다. 파블로 피카소는 루소의 순수한 화풍을 처음 보고 놀라움과 감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루소를 초대하여 연회를 열었는데, 이 연회는 후에 유명한 “르 반케 루소”(루소의 연회)로 알려졌다.
당시 모였던 화가들과 시인들은 루소의 순박한 태도와 독특한 예술관에 매료되었고, 그를 단순한 아마추어가 아닌 독창적 예술가로 대우하였다.
루소는 이러한 젊은 세대의 예술가들과의 만남을 통해 스스로의 길이 결코 헛되지 않음을 깨달았다. 그는 여전히 가난했고 비평가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했지만, 예술을 향한 믿음 하나로 버티며 자신의 세계를 그려냈다.
1910년 루소는 파리에서 세상을 떠났다. 생전에는 조롱받던 화가였으나, 그의 죽음 이후 평가는 완전히 달라졌다. 피카소, 아폴리네르, 뒤샹과 같은 전위 예술가들은 루소의 그림에서 기존 미술과는 전혀 다른 순수한 창조성을 발견하였다.
루소의 작품은 원시적이면서도 시적인 힘을 지니고 있었고, 20세기 초현실주의와 나이브 아트의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 재평가되었다.
오늘날 루소는 ‘세관원 화가’라는 독특한 별칭과 함께, 정규 교육을 받지 않고도 예술사에 자신의 이름을 남긴 드문 사례로 기억된다. 그의 그림은 이제 세계 주요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앙리 루소의 삶은 실패와 조롱 속에서도 끝내 자신을 믿은 한 인간의 고집스러운 신념을 보여준다.
그는 결코 기술적으로 뛰어난 화가가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자신의 세계를 그렸고, 그것이 시간이 지나 예술의 본질로 인정받았다. 이는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준다. 곧, 세상 사람들이 모두 비웃는다 해도, 스스로 믿는 길을 꾸준히 걸어가면 언젠가 빛을 발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루소는 생전의 불우한 처지에도 불구하고 “나는 위대한 화가가 될 것이다”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었다. 그 확신은 단순한 허세가 아니라, 예술을 향한 진심과 순수함에서 비롯된 믿음이었다.
앙리 루소는 세관원이자 화가였고, 조롱받던 아마추어였으나 결국에는 예술사의 한 장을 장식한 인물이 되었다. 그의 생애는 화려하지 않았지만, 그 속에는 인간의 끈기와 확신이 담겨 있었다.
루소의 그림을 바라보면 우리는 서툴지만 진실한 열정이 얼마나 큰 울림을 줄 수 있는지를 느낄 수 있다. 그의 삶은 곧 예술을 넘어, 인생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전하는 격려의 메시지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