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시 스펜서 Percy Spencer (1894.7.19~1970.9.8)
미국의 과학자로 마이크로파로 조리되는 전자레인지를 발명하였다.
퍼시 스펜서는 1894년 미국 메인주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부모를 잃고 친척 집에서 자라며 정규 교육은 거의 받지 못했지만, 기계와 전기에 대한 호기심은 누구보다 강했다.
그는 12세에 학교를 그만두고 공장에서 일하기 시작했으며, 18세에 해군에 입대해 독학으로 전자공학 지식을 습득했다. 그의 재능은 곧 인정받아 레이더와 통신 장비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스펜서는 미국 방위산업체 레이시온(Raytheon)에서 마그네트론을 제작하는 책임자로 일했다. 마그네트론은 레이더에 쓰이는 핵심 부품으로, 강력한 마이크로파를 발생시키는 진공관이었다. 1945년 어느 날, 그는 가동 중인 마그네트론 옆에서 실험을 하던 중 주머니 속에 넣어둔 초콜릿이 녹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 놀란 그는 이것이 마이크로파의 열작용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곧 다양한 실험을 시작했다. 옥수수를 마그네트론 근처에 두자 즉시 팝콘이 튀어 올랐고, 달걀을 껍질째 놓자 내부 수분이 빠르게 가열되어 폭발했다. 스펜서는 이 현상을 조리로 응용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금속 상자 안에 마그네트론에서 나온 마이크로파를 집중시켜 음식을 조리하는 장치를 설계했다. 이것이 전자레인지의 시초였다.
1947년, 레이시온은 세계 최초의 상업용 전자레인지 ‘레이더레인지(Radarange)’를 출시했다. 높이 1.8m, 무게 340kg에 달하는 거대한 장비였으며, 가격은 수천 달러에 이르렀다. 주로 군대와 대형 식당, 병원 등에서 사용되었다. 하지만 그 원리는 오늘날 가정용 전자레인지와 동일했다.
전자레인지의 작동 원리는 간단하다. 마그네트론에서 발생한 마이크로파(2.45 GHz)는 음식 속 수분 분자를 빠르게 진동시켜 마찰열을 발생시키고, 이 열이 음식 전체를 빠르게 가열한다. 이는 외부 열원이 음식 표면부터 안쪽으로 전달되는 전통적 조리와 달리, 내부 수분을 직접 가열하므로 훨씬 빠르다.
1950~60년대에 들어서면서 마그네트론 제조 비용이 점차 낮아졌고, 전자레인지의 크기와 무게도 줄어들기 시작했다. 1967년, 미국 아만나(Amana) 사가 출시한 최초의 가정용 전자레인지는 높이 50cm, 가격 500달러 수준으로 대중화의 길을 열었다. 1980년대에는 가격이 크게 낮아지고 성능이 개선되면서 전 세계 가정으로 보급되었다.
전자레인지는 단순히 음식을 데우는 도구를 넘어 조리 문화 자체를 변화시켰다. 냉동식품 산업의 성장, 즉석식품의 다양화, 그리고 바쁜 현대인의 생활 패턴은 전자레인지를 중심으로 재편되었다. 이후 전자레인지는 그릴·오븐 기능, 센서 자동 조리, 인버터 제어 등으로 진화했다.
퍼시 스펜서의 발명 과정에는 감동적인 일화가 있다. 그는 자신이 만든 발명품에 대한 특허로 큰 부를 얻을 수 있었지만, 레이시온에서 일하던 시절 회사 규정에 따라 별도의 금전적 보상을 거의 받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이를 개의치 않았고, “나의 보상은 사람들이 더 편리하게 사는 것을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사내 동료와 후배 기술자들에게 발명 아이디어를 아낌없이 나누어주었고, 많은 젊은 엔지니어들이 그의 조언 덕분에 성장할 수 있었다.
오늘날 퍼시 스펜서는 ‘전자레인지의 아버지’로 불린다. 그가 우연히 발견한 초콜릿의 녹음 현상은, 수많은 사람들의 식탁과 조리 습관을 바꾸었다. 전자레인지는 세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필수 가전이 되었고, 냉동식품과 간편 조리식품의 보급을 가속화시켰다. 그의 발명은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현대인의 시간 활용과 식생활 문화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퍼시 스펜서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남긴다. 예상치 못한 발견이라도 호기심과 탐구심으로 깊이 파고들면, 그것이 세상을 바꾸는 발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주머니 속 초콜릿 한 조각에서 시작된 호기심은, 결국 전 세계의 부엌을 바꿔놓았다.
에어프라이어가 등장하여도 전자렌지의 할 일은 무궁무진하다.. 냉동식품 즐기는 모든 사람은 감사해야 한다....(특히 군인들)